• ‘묻지마 단결론’의 함정

    ‘단결’이 노동운동·노동조합·노동자계급의 궁극적 지향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노동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진보정당 문제와 관련해 “일단 단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는 외침이 호소력을 갖는 이유도 여기 있다. 한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묻지 마 단결론’은 “단결이 중요하다”라는 외침과 동어반복에 그칠 공산이 크다. “단결이 중요하니까 단결해야 한다”라는 정언명령 이상의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노동운동이 왜 분열하는지, 단결에 실패하는지를 설명하지…

    ‘묻지마 단결론’의 함정
  • 상층 엘리트들만의 ‘세번째 정치분파’를 구축하는 게 쉬울까, 대중운동을 바탕으로 한 좌파의 정치적 비전을 전면화하는 게 쉬울까?

    휴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신경 끄고 살려고 노력 중이지만 쉽지가 않다. 스스로를 ‘진보주의자’로 자처하는 직업적 정치인들이 상층 엘리트들 간의 연합을 통해 ‘진보주의자들이 참여하는’, ‘세번째 정치분파’를 유의미하게 구축하는 것이 쉬울까, 좌파가 자신의 대중운동 기반을 탄탄하게 만들어나가는 것을 통해 정치적으로 성장하고, 이를 통해 반자본주의적 사회운동의 정치적 비전을 전면화하는 것이 쉬울까? 전자는 현실적이고 후자는…

    상층 엘리트들만의 ‘세번째 정치분파’를 구축하는 게 쉬울까, 대중운동을 바탕으로 한 좌파의 정치적 비전을 전면화하는 게 쉬울까?
  • 동아시아 위기 정세를 둘러싼 진보진영의 혼돈과 국제주의의 재생

    우크라이나 전쟁과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식량 위기 등에 대해서는 앞선 여러 논의들에서 충분히 다루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위기가 동아시아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동아시아 각국 사회운동은 어떤 조건에 놓여 있는지에 대해 개괄하고, 아래로부터의 국제주의*의 재생을 통해서만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관점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런 관점을 전제할 때 오늘날 한국 사회운동 안팎은 대중운동의…

    동아시아 위기 정세를 둘러싼 진보진영의 혼돈과 국제주의의 재생
  • ‘노동중심성’이라는 텅 빈 기표를 재정의하기

    노동정치를 둘러싼 뭇사람들의 언어는 참 불친절하다. 그것이 정작 노동자들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일까? 얼마 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기존의 우려를 벗어나 토론 수준으로 다뤄진 민주노총 정치방침안 4항 “농민, 빈민 등 진보 민중세력 및 진보정당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노동중심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한다”와, 5항 “여러 진보정당이 각자도생하는 방식이 아니라 진보정치 세력이 대단결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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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간 “일할 자격”을 읽었다

    많은 매체들은 노동 문제에 대해 말할 때 노동정책이나 노동정치, 노동조합의 투쟁 등에 대해 말하고, 정박된 내러티브 안에서만 노동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리의 구체적인 노동은 그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은 숨겨진 서사들을 갖고 있다. 우리의 노동은 종종 건강이나 외모, 장애, 정신질환, 돌봄, 늙음 등 많은 것들과 연결되어 착취의 어떤 독특한 형태를 구성한다. 저자가 말하듯, “노동은 노동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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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rean Labor Movement All-Out against Repression

    이 글은 ALR의 요청으로 작성됐다. 원문 링크: https://labourreview.org/repression-escalation/ On May Day, a local union leader surnamed Yang, from the Korean Construction Workers Union (KCWU), set himself on fire outside of a court to protest the concerted prosecution against trade unionists like him for carrying out union organizing activities. A number of construction workers’ unions have…

    Korean Labor Movement All-Out against Repression
  • “토리와 리키타” 상영회: 다르덴 형제를 만났다

    노동절 집회 후 짐 가져다놓고 <토리와 리키타> 상영회에 갔다. 마침 다르덴 형제가 방한해 영화 상영 후 GV가 진행됐다. “종종 영화는 그 자체로 현실을 반영하고 또 이 영화처럼 분노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우리는 영화관 바깥으로 나가면 지극히 국가적인 경계와 자본의 규칙 안에서 살아갑니다. 감독님들은 이런 이질감을 느끼신 적이 없나요? 영화나 영화애호가들이 싫어진 적은 없으신가요?” 이런 우문을 던졌는데…

    “토리와 리키타” 상영회: 다르덴 형제를 만났다
  • Korea’s May Day: Tradition and Renewal

    I wrote about the history of May Day in Korea and the significance of this year struggle on Asian Laour Review.请大家关注这篇文章,我写了一篇文章关于韩国的劳动节历史和今年斗争意义。全亚洲民众团结起来! In 1923, two thousand Korean workers celebrated Labor Day for the first time. Although a planned general strike was suppressed by the Japanese colonial government, the Chosun Federation of Labor held public talks and…

    Korea’s May Day: Tradition and Renewal
  • 전향의 물결

    최근 학출 활동가나 교수 등 중년 지식인들의 초정파적인 전향의 물결은 사실에 근거한 것이기보다는 심리적인 문제에서 근거한 것처럼 보인다. 놀랍게도 이들이 하는 말이나 글의 행간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일종의 ‘억울함’이다. 늦은 밤 뉴스피드를 훑다보면 술에 취해 느닷없이 올리는, ‘누가 자기 인생을 보상해주냐’는 자기연민이 불쑥 튀어나온다. 이분들은 대체로 자신이 선택한 운동의 위기와 삶의 위기를 우애를 통해…

  •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배달 노동자인 저자가 일하면서 겪은 노동안전과 노동권을 위협하는 착취 기제와 알고리즘, 일터의 업무 플로우 등에 대해 노동자의 시선에서 이야기한다. 노동안전을 지키려면 단순히 제도만이 아니라 노동자들 자신의 안전에 대한 지식, 노동권을 지키기 위한 집단적 역량 등이 모두 필요하다. 그리고 특히 음식배달 플랫폼 노동에 대한 이해는 단지 노동자만이 아니라 소비자라는 위치로 등장하는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모종의 연대…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