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신간 “일할 자격”을 읽었다

    많은 매체들은 노동 문제에 대해 말할 때 노동정책이나 노동정치, 노동조합의 투쟁 등에 대해 말하고, 정박된 내러티브 안에서만 노동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리의 구체적인 노동은 그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은 숨겨진 서사들을 갖고 있다. 우리의 노동은 종종 건강이나 외모, 장애, 정신질환, 돌봄, 늙음 등 많은 것들과 연결되어 착취의 어떤 독특한 형태를 구성한다. 저자가 말하듯, “노동은 노동 그…

    신간 “일할 자격”을 읽었다
  •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배달 노동자인 저자가 일하면서 겪은 노동안전과 노동권을 위협하는 착취 기제와 알고리즘, 일터의 업무 플로우 등에 대해 노동자의 시선에서 이야기한다. 노동안전을 지키려면 단순히 제도만이 아니라 노동자들 자신의 안전에 대한 지식, 노동권을 지키기 위한 집단적 역량 등이 모두 필요하다. 그리고 특히 음식배달 플랫폼 노동에 대한 이해는 단지 노동자만이 아니라 소비자라는 위치로 등장하는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모종의 연대…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

    온라인의우리아이들 #김아미 저자는 오늘날 온라인 문법에서 살아가는 어린이/청소년들의 세계를 이해하려면 하나의 사회로, 나아가 오프라인 세계와 연결되어 작동하는 이 세계를 이해하고, 나아가 어린이/청소년들이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다양한 폭력에 노출되는 상황을 극복하고 더 나은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뉴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어린이/청소년들의 온라인 일상을 이해하고 문제의식을…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
  • 모스크바 밀사

    새해 첫날, <모스크바밀사 조선공산당의 코민테른 가입 외교(1925~1926년)>를 읽었다. 인사이트가 많았다. 특히 코민테른의 동아시아 활동 논의가 어떻게 이루어졌고, 어떠한 내부 정치 요인들에 둘러싸여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소련 기밀 문건과 그밖에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들이 남긴 자료들을 포괄적이고 꼼꼼하게 분석해 조선공산당의 코민테른 가입 경위는 어떠했는지, 그 과정의 갈등과 혼란이 어떻게 전개됐는지, 그것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현미경 보듯 들여다본다.…

    모스크바 밀사
  • <삼성 독재> 서평

    오늘날 한국 사회를 일컬어 “삼성 공화국”이라고 비유하는 것은 그리 어색한 일이 아니다. 삼성이 어떻게 해서 우리 사회를 지배했고, 그 힘이 얼마나 막강한가에 ‘신화적인’ 말들도 매우 자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아주 현상적인 사실들로만 가늠할 뿐,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역사적으로 어떻게 해서 이런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느냐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삼성 독재> 서평
  • 이른바 ‘전환의 시대’에 무엇이 필요한가 – 이병한의 『반전의 시대』 비판

    얼마 전 레드북스에 갔다가 이병한의 <반전의 시대 – 세계사의 전환과 중화세계의 귀환>를 읽었다. 저자에 대한 관심보단 문제설정 자체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저자가 프레시안에 연재 기고했던 칼럼들을 모은 이 책은 독자들과 일군의 지식인들에게 ‘니들은 왜 이걸 모르니?’라고 반복해서 꾸짖는 것처럼 느껴지는 책이다. 저자는 세계 인식의 패러다임과 가치 기준의 획기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테면 그는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를…

    이른바 ‘전환의 시대’에 무엇이 필요한가 – 이병한의 『반전의 시대』 비판
  • 최장집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 소개

    이른바 <멘붕에 빠진 진보주의자들>이 최장집이라는 신자유주의 정치개혁 이데올로그에게 제 스스로 모독 당한 십년이 또 다시 반복되려하고 있다. 이번에는 최첨단 신자유주의 경제개혁론자로 기세등등했던 장하성까지 쌍두마차로 이끌고서, 안철수라는 시대의 총아를 등에 업고. 지난 시절의 개소리들에 대한 아무런 반성도 듣지 못한채… 최장집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2002)에 대한 탁월한 비판을 다시 꺼내어볼 때인 듯 하다. 신자유주의 정치개혁론 비판 -최장집의 민주주의론을…

  • 우석훈식 교의들을 파괴해야하는 이유

    우석훈의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는 “혁명은 안단테로”라는 김규항의 글을 떠올리게 한다. 열여덞살에 읽은 이 글은, 10년만에 이렇게 변이되어 우석훈으로부터 소환된다. 일찍이 김규항은 <B급 좌파>에 수록된 그 글에서, “과거의 실패가 짐스럽다면 사회주의가 ‘정서를 재료로 한 과학’임을 잊지 말고 느리게 안단테로 가면 된다. 안단테라면, 우리가 혁명을 회피할 이유는 정말 적어진다. 안 그런가.”라고 말한 바 있다. 이 ’10년’에 걸친…

    우석훈식 교의들을 파괴해야하는 이유
  •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열린책들에서 나온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보급판을 사서 읽고 있다. 500~600페이지씩 되는 책들이 스무권정도나 되는데 이렇게 엄청난 분량의 소설들을 썼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러시아 문학자 석영중 교수에 따르면 도스토예프스키는 경제관념이 부족했고 가난했는데, 평생을 ‘먹고 살기 위해’ 글을 썼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소설들 중에는 평론가들로부터 외면받은 범작들도 많다. 서사성은 거의 부재하고 인물의 심리묘사에 치중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며, 개중 어떤…

    도스토예프스키 전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