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T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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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둘 틱토커를 죽음으로 내몬 니켈 광산의 착취 ::: 한겨레 칼럼
니켈 제련소에서 불타는 흰색 불꽃의 온도는 1200°C가 넘는다. 지난해 12월 22일 새벽 3시, 스물두 살의 틱톡커 니르와나 셀레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모로왈리 북부에 위치한 PT건버스터 니켈 제련소에서 일하고 있었다. 숙련된 크레인 오퍼레이터였던 니르와나는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발생한 누전 사고에 대피할 곳이 없었다. 크레인 바깥은 이미 불길에 휩싸여 있었고, 제대로 된 소방시설 하나 없는 공장 안팎에선 누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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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식민지’ 동남아에 떠넘긴 옷 공장…선진국의 세탁법
[한겨레 토요판] 홍명교의 이상동몽 우리가 입는 옷을 잘 살펴보자. 지난달 구매한 유니클로 티셔츠는 올해 초 중국에서, 지난해 말 무인양품에서 산 잠옷은 그해 3월 캄보디아에서 제조됐다. 그러나 이 간단한 정보 외에는 이 옷이 이동해온 여정을 알기 어렵다. 우리는 모델의 표정이나 매장의 분위기로 그 옷을 기억할 뿐이다. 거대 의류공장은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와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에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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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위기 정세를 둘러싼 진보진영의 혼돈과 국제주의의 재생
우크라이나 전쟁과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식량 위기 등에 대해서는 앞선 여러 논의들에서 충분히 다루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위기가 동아시아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동아시아 각국 사회운동은 어떤 조건에 놓여 있는지에 대해 개괄하고, 아래로부터의 국제주의*의 재생을 통해서만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관점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런 관점을 전제할 때 오늘날 한국 사회운동 안팎은 대중운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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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노동자예술단의 노래 <베이징, 베이징>
이 노래는 중국 베이징 皮村(피촌)에서 활동하는 新工人艺术团(신노동자예술단)이 직접 작사/작곡하고 부른 노래다. 베이징에 사는 한 신노동자의 시선에서 그의 외롭고 쓸쓸하며 가난한 처지를 노래한 것인데, 微信에서 mp3와 가사를 구해서 올려본다. 지난해 말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중국 신노동자의 형성》의 저자 뤼투(呂途) 씨는 이 책에서 ‘농민공'(중국의 농촌 출신 도시이주 노동자)을 “신노동자”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2억 9천만 명에 다다르는 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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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호치민의 ‘잡지 만들기’
호치민은 ‘신문’이나 ‘잡지’ 등 인쇄 매체를 활용한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그가 처음 신문 제작에 관여한 것은 프랑스에서였다. 서른 남짓이었던 당시 호치민의 이름은 ‘응우옌 아이 쿠옥(Nguyễn Ái Quốc)’이었는데, 이는 그가 1940년경 까지 주로 사용했던 활동명이었다. 아직 10대였을 무렵, 그는 베트남에서 프랑스로떠났다가, 미국에서 몇 년의 힘겨운 생활을 보낸 후, 1917년경(추정) 다시 프랑스로 돌아온 상황이었다. 이때부터 그는 적극적인 재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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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부터의 동아시아 말고 아래로부터의 연대를
자본주의의 위기와 동아시아 2007년 서브프라임 위기로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는 곧바로 세계화됐다. 세계 곳곳에서 달러 부족 사태가 일었고, 유럽에선 유로 가치 하락으로 인한 재정위기가, 라틴아메리카 등 여타 지역도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었다. 한편 동아시아는 위기를 겪었지만 신속한 회복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중국·인도네시아 등 동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G7을 대체하는 G20에 동참했다. 특히 중국은 세계 최대 달러 보유국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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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중국 노동자운동의 전개와 우리의 과제
2010년 중국 광둥성 팍스콘(애플, HP, 델 등 세계 유수의 전자제품을 위탁생산하는 대만계 기업) 공장에서 노동자 10여 명의 노동자가 연이어 투신자살했다. 이들은 스무살 전후의 젊은 노동자들이었다. 저임금 장시간의 열악한 노동환경, 군대식의 엄격한 노무관리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원인으로 지목됐다. 비슷한 시기 광둥성 포산시에 위치한 혼다자동차 부품공장에선 대규모 파업이 일어났다. 이 공장에서 가장 낮은 1등급 노동자의 기본급은 675위안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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