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마크 피셔의 『자본주의 리얼리즘』을 읽었다

    예전에 읽다가 덮었는데, 다시 펼쳤다가 매우 재밌게 읽었다. 2년쯤 전에 덮었던 이유는 서두의 논의가 당시 내게 너무 무겁고 우울하게 느껴졌고, 정치철학과 문화비평이 혼합된 것처럼 보이는 이런 책에 조금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정치철학보다는 실제의 실천이나 현실을 살펴보고, 실증적인 이야기를 하는 텍스트를 훨씬 선호했다. 역시 독서도 ‘때’라는 게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자본주의는 사람들의 삶뿐…

    마크 피셔의 『자본주의 리얼리즘』을 읽었다
  • 탄소 식민주의 : 부유한 나라들이 기후 파괴를 수출하는 법

    <탄소 식민주의: 부유한 나라들이 기후 파괴를 수출하는 법>을 어제 밤새 읽었다. 지리학자이기도 한 저자 로리 파슨스(Laurie Parsons)는 캄보디아 노동 현장에서 목격한 풍광들로부터 오늘날의 글로벌 자본주의의 동역학을 보여준다. 그는 기후변화의 주범이 선진국이며, 대부분 북반구에 위치한 이 나라들이 남반구의 개발도상국에 기후변화 비용을 구조적으로 전가해왔음을 매우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역사적으로 북반구의 선진국들은 대부분의 많은 온실 가스를 배출해왔으며, 여전히…

    탄소 식민주의 : 부유한 나라들이 기후 파괴를 수출하는 법
  • 신간 “일할 자격”을 읽었다

    많은 매체들은 노동 문제에 대해 말할 때 노동정책이나 노동정치, 노동조합의 투쟁 등에 대해 말하고, 정박된 내러티브 안에서만 노동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리의 구체적인 노동은 그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은 숨겨진 서사들을 갖고 있다. 우리의 노동은 종종 건강이나 외모, 장애, 정신질환, 돌봄, 늙음 등 많은 것들과 연결되어 착취의 어떤 독특한 형태를 구성한다. 저자가 말하듯, “노동은 노동 그…

    신간 “일할 자격”을 읽었다
  •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배달 노동자인 저자가 일하면서 겪은 노동안전과 노동권을 위협하는 착취 기제와 알고리즘, 일터의 업무 플로우 등에 대해 노동자의 시선에서 이야기한다. 노동안전을 지키려면 단순히 제도만이 아니라 노동자들 자신의 안전에 대한 지식, 노동권을 지키기 위한 집단적 역량 등이 모두 필요하다. 그리고 특히 음식배달 플랫폼 노동에 대한 이해는 단지 노동자만이 아니라 소비자라는 위치로 등장하는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모종의 연대…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 『아시아를 상상하다 – 닫힘과 열림』을 읽었다

    주말에 읽은 <아시아를 상상하다 – 닫힘과 열림>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메가아시아연구사업단이 기획해 역사 속의 ‘아시아들’에 대한 최근 연구들을 묶은 책이다. 이 책은 전통시대 아시아인의 아시아 상상을 역사학적, 사상적, 인식론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정박적이고 고정된 아시아 범주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유동하고 다원적이었던 범주를 상기하고자 하는 시도다. 수록된 글들 모두 흥미로웠는데, 그 중 특히 “명 태조 주원장의 고려국왕 책봉: 조작된 기록,…

    『아시아를 상상하다 – 닫힘과 열림』을 읽었다
  •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

    온라인의우리아이들 #김아미 저자는 오늘날 온라인 문법에서 살아가는 어린이/청소년들의 세계를 이해하려면 하나의 사회로, 나아가 오프라인 세계와 연결되어 작동하는 이 세계를 이해하고, 나아가 어린이/청소년들이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다양한 폭력에 노출되는 상황을 극복하고 더 나은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뉴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어린이/청소년들의 온라인 일상을 이해하고 문제의식을…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
  • 닙치된 도시에서 길찾기

    기후위기는 최소한 우리의 세대는 건너 띄는 문제처럼 인식되고, 그러니 우리는 조금 불편해진 마음으로 ”우리 가족에겐 아니기를“ 하는 마음으로 살지만, 실은 눈에 띄게 우리 앞으로 다가와있다. 그럼에도 기후위기에 대해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강구되지 않는 것은 권력을 쥐고 있는 자본가들에게는 여전히 화석연료 배출을 통한 지속적인 이윤 획득이 중요하고, 북반구 선진국의 상위 10% 시민들에겐 슬픈 재난의 스펙타클 쯤으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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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스크바 밀사

    새해 첫날, <모스크바밀사 조선공산당의 코민테른 가입 외교(1925~1926년)>를 읽었다. 인사이트가 많았다. 특히 코민테른의 동아시아 활동 논의가 어떻게 이루어졌고, 어떠한 내부 정치 요인들에 둘러싸여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소련 기밀 문건과 그밖에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들이 남긴 자료들을 포괄적이고 꼼꼼하게 분석해 조선공산당의 코민테른 가입 경위는 어떠했는지, 그 과정의 갈등과 혼란이 어떻게 전개됐는지, 그것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현미경 보듯 들여다본다.…

    모스크바 밀사
  • 윌리엄 J. 듀이커의 『호치민 평전』

    1월 말부터 2월 초 사이 <호치민 평전>을 읽었다. 970페이지에 달하는 아주 두꺼운 책으로, 책장을 펼치기 부담스러운 책이다. 읽기 전에는 작정하고 읽지 않으면 끝까지 읽기 어려울 것 같았다. 원래는 베트남 여행 전에 읽어두려고 샀던 책인데, 여행을 떠날 때까지 다 읽지 못했었다. 그래서 1월 25일, 여행 짐을 쌀 때 이 책을 가져가야하나 몇 분은 고민했던 것 같다. 이…

    윌리엄 J. 듀이커의 『호치민 평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