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식민주의 : 부유한 나라들이 기후 파괴를 수출하는 법

<탄소 식민주의: 부유한 나라들이 기후 파괴를 수출하는 법>을 어제 밤새 읽었다.

지리학자이기도 한 저자 로리 파슨스(Laurie Parsons)는 캄보디아 노동 현장에서 목격한 풍광들로부터 오늘날의 글로벌 자본주의의 동역학을 보여준다. 그는 기후변화의 주범이 선진국이며, 대부분 북반구에 위치한 이 나라들이 남반구의 개발도상국에 기후변화 비용을 구조적으로 전가해왔음을 매우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역사적으로 북반구의 선진국들은 대부분의 많은 온실 가스를 배출해왔으며, 여전히 개발도상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온실 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영국이나 독일 같은 나라들은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들 나라들에서 이윤을 축적해 초국적자본이 된 기업들이 남반구의 가난한 나라들로 공급사슬망을 확장해 생산하는 상품들을 다시 소비하기 때문에, 이런 효과는 쉽게 상쇄된다. 가령 세계 탄소배출량의 5~10%를 차지해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의류산업이 그렇다. 그러나 평범한 우리들의 삶에서 유명 브랜드 옷들의 공급망은 매우 불투명할 뿐이라서, 이 제품에 쓰인 여러 원재료들의 공급망을 추적할 순 없다. 예를 들어 몇 년 전 유니클로와 켈빈 클라인 등 브랜드들이 위구르족 강제노동을 통해 생산되는 중국 면화를 쓰지 않겠다고 호기롭게 선언했지만, 이 브랜드들이 포진해 있는 동남아시아의 공장들에서는 여전히 90% 가까이 중국 신장으로부터 면화를 사들여 옷을 만들고 있다. 오늘날 의류 상품들은 면화 재배부터 봉제공장 생산, 북반구 소비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손에 가기까지 지구를 한 바퀴도는데 이런 운송의 과정에서도 무수히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 그런 점에서 글로벌 공급망을 둘러싼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미 많은 배출원이 숨겨져 있거나 상당히 과소평가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그것들의 엄청난 복잡성은 자세한 분석을 방해하고 책임을 불분명하게 만들어 대중의 시야에서 많은 탄소 배출량을 숨기도록 만든다.

애석하지만, “우리의 아름다운 소비를 통해 지구를 지킬 수 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선진국 시민들의 자기 위안이자 기만에 그칠 공산이 크다. 탄소세 같은 조세 대안이 얼마나 한계적이고,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얼마나 기만적인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것은 개량적이서 문제인 게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에 거의 아무런 효과가 없기 때문에 어리석다.) 우리는 남반구 국가들에서 자행되는 착취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고, 글로벌화된 자본주의에 맞선 기후정의운동을 실천해야 한다.

기실 일국적인 논의에 머무르는 탄소 회계나 환경 규제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이동시키면서 이뤄지는 탄소배출을 보이지 않게 숨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런 점에서 “탄소 식민주의” 담론은 모든 것을 은폐할 뿐만 아니라, 시장주의적 환경주의자들의 ‘도덕적 은폐’에서 착취 과정을 은폐하는 것을 드러낸다. 1991년 12월 12일 세계은행 수석경제학자 로렌스 서머스(Lawrence Summers)가 했다는 노골적인 망언이 이 책에 인용되어 있다.

“저는 임금수준이 가장 낮은 국가에 유독성 폐기물을 많이 버리는 경제 논리는 흠잡을 데가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그것을 직시해야 합니다. (…) 저는 항상 아프리카의 국가들이 오염도가 매우 낮다고 생각해왔는데요. 아마도 아프리카 국가들의 대기질은 로스앤젤레스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비효율적입니다. (…) 세계은행은 오염산업the dirty industries이 최빈개도국으로 더 많이 이주하도록 장려해야 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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