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 제련소에서 불타는 흰색 불꽃의 온도는 1200°C가 넘는다. 지난해 12월 22일 새벽 3시, 스물두 살의 틱톡커 니르와나 셀레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모로왈리 북부에 위치한 PT건버스터 니켈 제련소에서 일하고 있었다. 숙련된 크레인 오퍼레이터였던 니르와나는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발생한 누전 사고에 대피할 곳이 없었다. 크레인 바깥은 이미 불길에 휩싸여 있었고, 제대로 된 소방시설 하나 없는 공장 안팎에선 누구도 도와줄 수 없었다.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화재가 진압된 건 오전 7시가 넘어서였다. 니르와나와 다른 1명의 동료까지 두 명의 노동자가 니켈 제련소 안에서 목숨을 잃었다.

모로왈리에 니켈 제련소가 세워진 건 사고 1년 전인 2021년 12월이다. 약 27억 달러 규모 투자로 지어져 연간 190만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 이곳 건버스터 니켈산업 유한책임회사의 주인은 중국의 장쑤더롱니켈그룹으로, 창업 12년만인 2022년 중국 민간 제조기업 31위에 오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모로왈리에서만 인도네시아인 노동자 3만 명, 중국인 노동자 1,312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생산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만큼 이 숫자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고, 그만큼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전기차 생산의 핵심은 배터리인 만큼, 리튬·니켈·코발트 등 희귀광물 역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니켈 매장량을 가졌고, 연간생산량은 전 세계의 30% 이상이다.

이 글은 2023년 7월 29일자 <한겨레> ‘홍명교의 이상동몽’에 실린 정기 칼럼이다. 더 읽기: 인도네시아 ‘귀하신 몸’ 니켈…제련 노동자는 죽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