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승자독식의 착취로 만들어지는 K-콘텐츠에 미래는 없다

    지난 4월 말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 중 만난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 테드 서랜도스는 향후 4년간 한국에 25억달러(약 3조2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대통령실은 이를 윤 대통령의 외교 성과로 내세웠지만, 이는 2021년부터 크게 늘어난 투자의 연속이지, 갑자기 늘어난 게 아니다. 넷플릭스측이 내세울만한 외교 성과를 찾는 윤 대통령의 갈망을 홍보로 활용했을 뿐이다. 넷플릭스가 사업상의 난관들에도 불구하고…

    승자독식의 착취로 만들어지는 K-콘텐츠에 미래는 없다
  • “토리와 리키타” 상영회: 다르덴 형제를 만났다

    노동절 집회 후 짐 가져다놓고 <토리와 리키타> 상영회에 갔다. 마침 다르덴 형제가 방한해 영화 상영 후 GV가 진행됐다. “종종 영화는 그 자체로 현실을 반영하고 또 이 영화처럼 분노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우리는 영화관 바깥으로 나가면 지극히 국가적인 경계와 자본의 규칙 안에서 살아갑니다. 감독님들은 이런 이질감을 느끼신 적이 없나요? 영화나 영화애호가들이 싫어진 적은 없으신가요?” 이런 우문을 던졌는데…

    “토리와 리키타” 상영회: 다르덴 형제를 만났다
  •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

    궁금증을 참기 어려워 <인셉션>을 보았다. 그것도 개봉일인 21일 아침 10시 조조로 말이다. 나로서는 종전에 볼 수 없었던 태도다. 아니, <마더>에서 그와 비슷한 짓을 하긴 했으니 패쓰. 어쨌든 기대만큼 재미있었고, <다크나이트>만큼 깊이 있진 못하지만 서사의 층위가 워낙 복잡하고 중층적이라서 할말이 참 많은 영화임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쨌든… <다크나이트>만큼은 아니다. 확실히 <다크나이트>보다는 말초신경을 더 자극하긴 하는데, 그런만큼 조금…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
  • 베르너 헤어조크의

    헤어조크의 미친 영화 <피츠카랄도>를 봤다. 지금까지 본 베르너 헤어조크의 영화 네 편들 중 가장 밝은 영화임은 분명하다. 젊은 시절의 밑장 다 보겠다는 심보는 막판에 수그러들고 어느 정도의 굴복이 보인다. 다만 세상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로 가득찬 인물은 여전히 드러난다. 카루소의 오페라 공연에 미친듯이 열광하는 주인공 피츠카랄도는 아마존강의 정글 속에 카루소의 오페라 공연이 상연되는 극장을 짓겠다는 결심을…

    베르너 헤어조크의
  • 촬영일은 점점 가까워져오니

    이야기가 풀리지 않고 촬영일은 점점 가까워져오니 답답하고 조급해지고 내가 이렇게 빚 왕창 져서 만들 영화가 정말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끊임없이 되묻게 되지만 그럴때마다 도처에 만연한 저 죽음들과 형언할 수 없는 슬픔들, 절규, 분노, 모든 히스테리, 신경증적 발작, 미치광이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의 쾡한 눈빛을 보려고 좀비시민처럼 거리를 헤맨다. 내가 정말 그것을 제대로 목격할…

  • 이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이 글은 2012년 5월에 인쇄 발행된 <얼룩진> 2호에 실린 글이다. <얼룩진>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돌곶이포럼이 만들었던 무크 독립잡지였다. 2014년경까지 그것은 5호까지 발행됐고, 이후에는 정체 상태를 겪었다. “내가 처음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이유가 뭐였지?” 만족스럽지 못한 워크샵 결과를 돌아보니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이들의 시선을 신경 쓰고 이리저리 먹고사는 문제에 치어 살다보니 어느 순간…

    이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 우리 시대의 비극론

    졸업영화를 찍어야 한다. 잘 찍고싶다. 활동과 창작의 두가지 가지를 모두 잘 잡고서 미래에 대한 희미한 풍경을 엿보면서 졸업하고싶다. 영화 연출 전공이면서 꽤나 오랫동안 (2011년 3월 이후 계속) 영화만들기와 거리를 두고 학교를 다녔다. 거기에는 무수한 사연들이 있지만 여기선 굳이 얘기하지 않으려한다. 한눈팔고 산 건 아니다. 내가 당장 “좋은 영화”를 만들 깜냥도, 진정성도 없이 어떤 허세에 사로잡혀있었다고…

  • 도브첸코의 『포르투갈식 이별』

    <포르투갈식 이별>은 <아스날> 등을 만든 러시아 몽타주 영화의 대가 도브첸코가 뒤늦게 1980년대 리스본에서 환생해 찍은 영화처럼 보일정도로 미학적으로 닮아있다. 그러나 <대지>나 <아스날>이 뭔가 적합한 스타일과 내용의 조화가 느껴지게 한다면, 이 영화에서는 시차의 간극이 너무커서 쌩뚱맞게 늦겨지기도 하고, 과도한 멜랑콜리의 분출처럼 보이기도한다. 또 정서적으로는 “과작의 현인”이라 불리는 스페인 영화감독 빅토르 에리세의 <남쪽>에서 느껴지는 ‘남겨진 자들’의 죄의식…

  • 벨라 타르의 『토리노의 말』

    어제 전주국제영화제JIFF에 왔다. 어제는 <실비아의 도시에서>라는 호세 루이스 게린의 영화를 보고, 또 벨라 타르의 은퇴작인 <토리노의 말>을 봤다. <토리노의 말>은 정말 경악스러울만큼 소름돋는 명작이다. 아마도 올해 극장에서 본 최고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고 섯불리 예상해본다. 종말의 시대를 살아가기에 대한 탁월한 은유이자, 유로피안들이 갖고 있는 반유대주의의 종말적 징후에 대한 냉철한 비판처럼 보인다. 그리고 영화의 종말에 대한…

  • 코엔 형제의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 불확정적인 세계의 교착상태

    연휴 전날 각색연습 수업 청강을 하러 학교에 갔다. 수업때 나의 <필경사 바틀비> 각색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들을 들었다. 어려운 작업이라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다. 내가 정말 이걸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가지각색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의 관념영화를 만들 수는 없다는 부담감까지 겹쳐져서 계속 고민이 되었다. 재형이는 그걸 각색하려면 코엔 형제보다 잘 찍으면…

    코엔 형제의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 불확정적인 세계의 교착상태